(읽기 전 체크∨ ◀◀ 는 과거 회상, ▶ 는 현재 진행, ▶▶는 그 이후 입니다.) ◀◀ 6개월 전, 봄 “소개팅 대타, 십 만원.” 거기다 지금 나가도 오늘 일당까지 포함해줄게, 할래?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카페 사장인 민현의 꿀알바 제안에 다니엘은 주저 없이 콜을 외쳤다. 할게요, 근데 웬 소개팅이에요? 이게 좀 꼬인 일인데,...
AM 6:00. 삑삑 우는 알람소리에 지성은 잠에서 깼다. 일어나 앉으면서 옆을 확인하는데 자리는 비어있었고 맞은편 탁상 위로 샛노란 포스트잇이 보였다. 엉금엉금, 침대를 가로질러가 포스트잇을 집어 들자 그 아래로 숨겨져 있던 반지가 드러났다. 스케줄이 많은 날이면 다니엘은 종종 반지를 잃어버릴까 신경이 쓰인다며 두고 나갔는데 오늘도 바쁠 모양이었다. 《사...
조만간 프러포즈 한다, 대답할 준비 단디하고 있어라. 다니엘에게서 사전 예고를 들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사실 그 날 이후 지성은 며칠 내로 당연한 질문과 당연한 대답을 주고받는 상황이 생길 거라 예상했었다. 프러포즈를 한다 해도 어차피 두 사람 다 요란하게 유난떠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퇴근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현관부터 초를 켜 놓...
4년간 연애를 하면서 서로에게 진심으로 화를 냈던 적은 손에 꼽았다. 큰 사건이라 해봤자 1년 전 동거를 하네 마네 했던 일과 최근 일어난 지성의 깁스침묵사건 정도가 전부였을 만큼 다니엘과 지성은 서로에게 잘 맞추는 편이었다. 판이하게 다른 성격과는 반대로 추구하는 연애방식과 가치관이 비슷한 게 주요했달까. 그래서 지금껏 사귀면서 서로에게 실망을 시키거나 ...
다행이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휴가 잘 보내고, 다음에 또 봐요. 그러자. 다니엘과 지성은 목표달성으로 뿌듯해하는 성우와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두 사람은 내일 부산에 내려가야 해서 오늘은 일찍 귀가를 할 예정이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저녁을 시켜먹을지, 해먹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지성의 핸드폰이 울렸다. 누고, 이 시간에. 진우인데? 화면에 ...
여름휴가 전날이었다. 이른 퇴근을 위해 오전부터 부지런히 서류작업을 하고 있던 지성은 정오 즈음 다니엘에게서 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언제와? 점심먹자》 『일어났어?』 《ㅇㅇ》 《성우형이밥먹자는데조인하까》 콘서트를 끝내고 하루는 죽은 듯이 자더니 피로회복이 된 건지 다니엘은 그새 나가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일할 때도 쉴 때도 강다니엘의 단짝은 옹성우구만. ...
달라진 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서로에게 하는 애정표현이나 같이 지내는 생활패턴은 모두 이전과 변함없는 사이클로 흘렀다. 그래도 굳이 찾아내본다면 다니엘이 지성에게 바라거나 원하는 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거였다. 예전에는 지성이 난감해할만한 건 스스로 필터링 해 애초부터 물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그였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
정식으로 한 프러포즈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성은 다니엘의 고백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걱정도 겁도 많은 그의 연인은 이번에도 역시나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모양이었다. 예상한 반응이었으나 약간의 아쉬움이랄까, 제 품속에서 얼굴을 숨긴 채로 얼어있는 모습은 다니엘의 마음을 다시금 초조하게 했다. 내 또 걱정거리 준 거가. 껴안고 있던 손을...
본가에 가는 전날 밤, 지성은 1박 2일분의 짐을 미리 챙겼다. 잠옷도, 속옷도, 다음 날 입을 옷도 두 벌씩 꺼내는데 문득 다니엘이 과연 내일 같이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요즘 그는 새로운 앨범준비와 콘서트 연습으로 이틀에 한번은 밤샘작업을 하고 오는 터였다. 바쁜 사람을 더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는 무조건 시간이 된다고 했지만 ...
침대에서 한참을 부대끼며 놀았다. 하루의 주말이 더 남아있기에 연인과 함께 양껏 게으름을 피우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딱히 뭘 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저 얼굴을 마주본 채 조곤조곤 수다를 떨며 손깍지를 끼웠다 풀었다, 다리를 얽으며 제 쪽으로 더 가까이 당겨오는 것 정도의 몸 장난이 전부였다. 맨 살갗을 쓰다듬는 다니엘의 손길은 느릿하면서도 다정해서...
아침에 가까워진 이른 새벽 즘이었다. 이번이 몇 번째였는지 세는 것조차 잊어버렸을 때, 지성은 다니엘에게 울면서 고개를 저었더랬다. 더는 힘들어. 서로 다른 체급에서 오는 체력의 한계치에 먼저 다다른 그가 거부의사를 보이자 다니엘은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이긴 했지만 더 들이대지는 않았다. 마지막 섹스 후 완전히 축 늘어진 지성을 욕실로 안고가 아기를 대하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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